"좋은 시절 끝났다"…실적·주가 맥 못 추는 '섬유 라이벌' 효성·코오롱 [기업 인사이드]

입력 2022-05-04 08:00   수정 2022-05-04 09:14


섬유화학업계의 전통 라이벌 기업인 효성티앤씨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올 들어 일제히 실적과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판덱스를 앞세워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던 효성티앤씨는 올 1분기에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30% 이상 밑도는 ‘어닝 쇼크’를 냈다. 코로나19 특수에서 비롯된 ‘슈퍼 호황’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원재료값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올 1분기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좋았던 시절 이제 끝났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올 1분기 매출 2조3408억원, 영업이익 190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2900억~3000억원)를 30% 이상 크게 밑돌았다. 영업이익률은 8.1%로, 전년 동기(15.3%) 대비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작년 1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이어져 오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행진도 중단됐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의 봉쇄 조치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주요 판매제품인 스판덱스 판가가 하락했다”며 “스판덱스 원재료값 상승도 영업이익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는 요가복, 레깅스 등의 소재로 쓰이는 스판덱스 시장 세계 1위 제조업체다. 대표 브랜드는 크레오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3%에 달한다. 베트남과 터키 브라질에선 크레오라의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스판덱스 소재의 편한 옷을 선호하면서 주문량이 폭증했다. 효성티앤씨가 지난해 1조42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스판덱스 판매량이 급증한 영향을 톡톡히 봤다.

특히 중국 내 스판덱스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효성티앤씨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수천억 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해외 공장 증설 작업에도 착수했다. 작년 기준 연 14만t인 스판덱스 생산량은 올해 중국, 브라질, 인도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20만t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스판덱스 생산량을 늘렸다는 점이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주요 업체들의 올해 생산량 증가분은 최대 30만t에 달한다. 수요 증가분(12만~15만?)을 두 배 이상 웃도는 물량이 시장에 풀린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020년 말부터 치솟았던 중국 내 스판덱스 판가도 작년 말부터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올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스판덱스 원재료인 부탄다이올(BDO) 가격 상승도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빚어지면서 원재료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1분기 효성티앤씨 섬유 부문 매출이 1조1642억원으로, 전년 동기(6103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69억원에서 1613억원으로 감소한 것도 원재료값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중국 업체의 공격적 증설로 올해 스판덱스 가격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효성티앤씨의 다 좋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성티앤씨 주가도 지난해 7월부터 급격한 내리막을 타고 있다. 작년 7월 16일 역대 최고치인 주당 96만3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지난 3일 4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은 효성티앤씨가 올 1분기에 ‘어닝 쇼크’를 낸 직후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실적 나름 선방했지만…문제는 ‘주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1분기 매출 1조2746억원, 영업이익 639억원을 올렸다고 지난 2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1조2589억원) 대비 19.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1%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 부문은 △산업자재 △화학 △필름·전자재료 △패션 △기타·의류 소재 부문으로 나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3일 열린 IR에서 “국제유가 및 원재료비 급등, 지속된 물류비 상승 등 대외환경 악화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핵심 축인 산업자재 부문 영업이익이 3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아라미드 섬유와 타이어코드 판매가 늘어나면서 선방했다는 설명이다. ‘슈퍼 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불에 타지 않으면서도 늘어나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방탄복과 군수품, 타이어코드, 5G(5세대) 광케이블 소재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강도를 높여주는 보강재로, 전기차·수소차 등은 배터리 무게 탓에 타이어 내구성 강화를 위해 타이어코드를 10~20% 더 쓴다.


화학 부문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한 에폭시 수지의 일시적 물량 감소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191억원에서 108억원으로 감소했다. 투명 폴리이미드(CPIⓡ)를 앞세운 필름·전자재료 부문도 원재료값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135억원에서 1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2분기부터는 전기차 및 글로벌 인프라 투자에 따른 5G 광케이블 소재 판매 증가로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산업자재·화학 부문 성장에 힘입어 25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문제는 주가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는 작년 9월 24일 주당 11만4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3일엔 주당 6만2600원에 장을 마쳤다. 장희구 사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올 초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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